“있잖아, 나는…”
머뭇거리며 시작한 말이 여전히 입가를 멤돈다.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듯 싶던 입이 겨우 떨어졌다가, 이내 다시 다물리고 만다. 뒤돌아 가려던 저를 붙잡더니, 쭉 저 상태다. 저 입에서 나올 말을 직감한 김민규는, 큰 기대를 품지 않는 눈을 한 채로 마주선 이를 내려다 봤다. 그럼 그렇지.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고백같은 걸 해선.
애초에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니었기에 기대조차 품지 않았다. 그저, 충동적으로 나갔던 고백.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이거로 나를 조금이라도 더 생각해주지 않을까? 그렇게 내 감정을 조금이라도 신경써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김민규는 만족할 터였다. 제가 바란 것은 겨우 그거 하나였단 말이다. 그런데 대체 얼마나 대단한 답변을 줄 예정이기에 이렇게 시간을 끈단 말인가?
‘지가 차놓고 어줍잖게 위로하기만 해봐라. 형이 제일 싫어하는 짓들만 쏙쏙 골라서 해줄 거야. 앞으로 호랑이라고 불러주지도 않을 거고, 또…’
대답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동안 제대로 삐딱선을 타버린 김민규는 이미 형에게 반항을 할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내 바닥이나 바라보던 형이 고개를 들어 저와 눈을 마주칠 때까지.
수십분만에 마주한 형의 눈이 평소와는 다르게 빛나고 있다. 한창 굳어있을 거라 생각했던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후읍-, 긴장한 듯 숨을 크게 들이쉬는 소리가 이어지자, 김민규는 ‘뭐지?’ 하고 생각했다. 예상하던 것과는 너무 다른 표정이, 순식간에 긴장감에 휩싸인 분위기가, 이건 마치…. 정말로,
형, 네가 나랑 같은 마음이라고 착각하고 싶어지잖아.
쿵쿵거리며 심장이 강하게 뛴다. 떨리는 손을 숨기기 위해 주먹을 세게 쥐어 손가락을 숨긴다.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가 솟아 오른 채 내려오지 않는다. 말아쥔 주먹 사이로 다른 손가락이 얽히는 게 느껴졌다. 민규는 고개를 내려 제 손을 바라보다가, 또 고개를 들어 제 눈앞의 순영을 바라봤다. 마주친 두 눈이 자그마하게 휘어진다.
그래서, 내가 무슨 대답을 하려는 거냐면…
“나도 너를 좋아해, 민규야.”
잠시 시간이 멈춘 것만 같다. 아슬하게 맞닿은 손가락을 통해 미적지근한 온도감이 전해져 왔다. 혹시 내가 ‘좋아하다’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나? 그러니까, 권순영이 나를 좋아한다고? 멤버로서도 아니고, 동생으로서도 아니고, 정말 나랑 같은 의미로? 전해진 언어를 이해하는 것엔 평소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버버, 하고 서있던 게 몇 초인지도 가늠이 가지 않을 정도로.
민규는 손목을 틀어 제 손가락에 걸린 손을 그러쥐었다. 미지근하던 손의 온기가 제 손의 온기에 맞춰 데워져간다. 그게 퍽 마음에 들었다. 빤히 바라만 보고 있자, 순영이 슬그머니 손을 고쳐 쥔다. 그 잠깐의 불편함도 참지 않으려는 태도가 여전해, 괜히 헛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허, 참. 정말, 현실감각을 찾지 않을래야 그럴 수가 없게 만드네.
“허헣. 왜에. 뭐. 니가 먼저 나 좋대매.”
애교스러운 말투에, 그래. 그는 결국 말려버렸다.
그러니까, 나는 형에게 고백을 했고, 형도 나를 좋아한다는 거잖아. 민규는 삐딱선을 타던 방금 전은 기억에서 지워버린 채 함박웃음을 지었다. 뭐야? 언제부터 나를 그렇게 보셨대? 괜히 툴툴거렸지만, 실은 기분이 하늘을 뚫고 날아오를 것만 같다. 행복감에 젖은 민규는 생각했다. 아- 이런 대답이 돌아올 줄 알았다면, 지루해하지 말고 기다릴 걸. 30분이 뭐야? 한 달도 기다릴 수 있었을텐데. 그리고 이내 생각한다.
…설마 이거 꿈인가? 그럼그렇지.
그래도, 한 번 더 듣고 싶다- 라고.
그런 생각을 하던 민규는 눈을 감은 채로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현실감은 돌아왔지만 아직 심장이 제 속도를 찾지 못 한 탓이다. 괜히 숨이 가빠지는 것 같기도 하다. 형의 손을 세게 꽉 쥐었다가, 다시 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어쩐지 손이 갑자기 허전해진 것 같은데… 뭐, 워낙 변덕스러운 형이니까. 아니 근데 언제 저기까지 간 거야? 방금 전까지 바로 앞에 서 있었는데?
상황을 파악하던 민규는, 그제야 형이 저를 거세게 노려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민규를 지켜보던 순영이 이내 화가 난 듯 입을 연다.
“김민규. 너 계속 그딴 식으로 굴 거면 나가.”
…어라?
*
그러니까,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정리하자면…
나도 모르겠다는 거야. 침대에 걸터앉아 중얼거리던 민규가 이내 풀썩- 침대를 향해 스러지듯 누웠다. 낯선 천장이다. 라는 말을 하기엔 너무나도 익숙한 천장이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십 년 전에. 그 연습생 시절에 질리도록 봤던 모습이잖아, 이거.
실은 이걸 천장이라고 말해도 되나 싶다. 이층침대 윗 층의 바닥이 떡하니 천장을 가리고 있었으니까.
꿈이라고 생각하기엔 숙소로 들어오는 길에 잡아당겼던 볼이 아직까지 아프다. 멤버들과 트레이너 분들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인다며 먼저 숙소로 보내준 덕에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많다는 게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 이럴 때 그가 한 생각은, 준 형이 추천해줬던 판타지 소설들 한 번 봐볼걸 그랬나. 아니면 호시 형이 보던 드라마라도 물어봐서 같이 볼 걸. 별별 장르 다 본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 지금이 딱 그… 시간여행? 뭐 그런 걸 하던 이야기들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눈동냥으로 형들이 보는 것들을 훔쳐볼 때마다, 저 주인공들은 답답하게 왜 말을 안 하는 거야? 하는 의문을 품어왔는데. 이제서야 그 의문이 풀렸다. 지금은 연습생인 내가 십 년 뒤엔 정상아이돌? 게다가 앙숙이던 권순영과 커플? 와, 그런 말 하면 정말 퍽이나 믿어주겠네.
형에게 고백했다. 그리고 형이 고백을 받아줬다. 그리고… 십 년 전으로 거슬러 돌아왔다. 뭐야, 이게? 정리하고 보니까 더 이상하잖아. 나 방금 막 남자친구 생겼던 거 아닌가? 이제 형이랑 깨…는 못 볶을 것 같지만. 알콩달콩…도 사실 못 할 것 같지만! 그래도 마음을 나눴으니 앞으로도 어떻게든 됐을텐데. 생겼던 남자친구가 다시 없어졌다. 고백이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있었는데요, 없어졌어요.
괜스레 억울해진 민규는 찔끔, 눈물을 흘릴 뻔 하다가, 이내 꾹 참아냈다.
그래, 뭐. 지금은 내가 이런다고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민규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이제야 연습에서 돌아온 멤버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들리는 소리를 무시한 채 침대 구석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달칵, 문이 열리고, 다시 닫히는 소리가 들린 뒤. 방에서 느껴지던 인기척이 사라지고 나서야 눈을 떴다. 그리고 슬그머니 돌아누웠다가, 숨죽인 채 저를 바라보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아, 들켰다.
“자는 것 같더니.”
친절한듯한 말 뒤로 무관심이 숨어있다. 성질을 누르고 있는 것도 느껴진다. 아직 과거로 들어왔다는 게 와닿지 않았는데. 저 말투를 듣자마자 민규는 십 년 전으로 추락했다. 가늘게 찢어진 눈이 저를 대충 훑고 지나간다.
그래, 저 눈. 저 눈이다.
그때도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 다시 보니까 너무 확실하게 티나잖아. 할 얘기가 있으면 그 정도는 숨기고 오라고.
연습생 시절의 형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저 사람이 나랑 제대로된 대화를 해줄 리가 없으니까. 민규는 대충 대답했다. 어, 자려고. 그리고 눈을 감은 채 다시 돌아누웠다. 대화할 여지를 닫아버리자, 저를 빤히 바라보던 순영이 그래 그럼. 하고는 방문을 나선다.
오늘 하루를 겪으며 깨달은 게 있다.
지금 상황에 대해 실감도 하기 전에 다시금 몸으로 느껴버렸다.
십 년 전, 권순영은 김민규를 싫어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하지만, 지금의 김민규는 그런 순영마저 좋다고 느껴버려서, 그는 제 마음이 조금 막막하다고 생각했다.
*
부산스러운 소리에 떠지지 않을 것만 같던 눈을 떴다. 천장이… 보이는데. 왜지? 싶은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니 연습생 시절 쓰던 방이 아니다. 어, 어? 여기 설마 내 방인가? 하고 몸을 일으키던 민규는 옆에 있는 침대를 발견하고, 또한 본인의 낮은 침대 위에서 깨달았다. 아, 이번엔… 이때가 언제지, 우지 형이랑 방 쓰던 때. 그리고 이 침대면… 에휴,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정신이 없었어도 적당히 정신없이 살았어야했던 건데.
문 밖에서 멤버들이 급하게 준비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민규는 차마 자리에서 일어날 의욕이 나지 않았다. 어제는 연습생이었는데 오늘은 데뷔 3?4?년차 아이돌이다. 아무리봐도 현실성이 있는 일이 아니다. 어쩌면 이건 긴 꿈이 아닐까? 겨우 두 시간 남짓 잠들었던 거 아닐까? 꼬집었을 때 아팠던 건 내가 자다가 볼을 똑같이 꼬집은 걸지도 몰라. 아니면 내가 잠깐 착각하고 있는 거라거나, 모종의 현상으로 내가 회상을 현실처럼 느끼고 있는 걸지도…
“민규야 그만 자고 빨리 나와서 준비해라!”
그래. 이게 우리 멤버들이지. 혼란스러운 내가 생각에 잠길 시간도 주질 않는구나….
민규는 터덜터덜 방에서 나와 준비했다. 매니저 형의 차를 타고, 또 오래 달려 세트장에 도착하고 보니, 콘서트 굿즈 촬영 현장이었다. 그것도 일본 트레카. 촬영장에 들어서던 민규는 준비된 현장을 보고 우뚝 멈춰섰다. 아무것도 없는 배경. 놓여진 작은 의자. 이건… 제가 기억하기론 분명….
왜 이런 기억은 명확히 나는 걸까? 기억과 다른 점이 전혀 없다. 순영과 함께하는 촬영이었다. 그때랑 조금 다른 자세 해도 되려나? 나란히 앉아서 시작했던 촬영에서, 색다른 자세를 취해달라는 요구를 받자 막막해졌다. 그땐 분명 형을 안듯이 앉혔었는데. 이번에도 그래야 하나? 머뭇, 머뭇. 거리며 가만히 앉아만 있자 순영이 답답하다는 듯 일어나 말한다. 야야, 나와 봐봐. 그러니까, 이렇게. 이렇게 해봐. 어어. 팔 들고. 그래.
제 위에 호시를 앉힌 민규는 어딘지 어색한 얼굴로 순영을 받아들었다. 조금 더 활짝 웃어주시고요, 네~ 하는 촬영 감독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너 왜 이렇게 뜨겁냐? 빨리 떨어지자. 덥다, 야.” 한 템포의 촬영이 끝나자마자 무릎에서 일어난 순영이 한 말이다. 정작 민규는 맞닿은 곳이 차가운 것인지, 제 손이 뜨거운 것인지 알 수조차 없었지만. 그러다 문득, 순영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민규는 깨달았다. 아니, 이게 깨달은 게 맞나? 문득 제가 기억하던 이 시기의 형과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이 형, 왜 날 안 싫어하지?
“……엥?”
“엥은 무슨 엥이야. 빨리 일어나. 다음 촬영 해야 돼.”
순영이 팔을 끌어 민규를 일으킨다. 그러더니 촬영장 뒤편으로 끌고 간다. 민규는 몸에 힘을 푼 채 순영을 따라갔다. 대기실에 도착해서야 민규의 팔을 놓은 순영이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햄버거를 와앙, 베어 문다.
“형, 어디 아픈 거 아니지?”
“진짜 정신 빠진 것 같은 사람이 누군데 지금….”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고 그러냐…”
툴툴거리자 순영은 픽. 웃으며 다시 햄버거를 베어문다. 어쩐지 후련해보이기도 하고, 뭔가 기분이 좋아진 듯한 형의 모습에, 민규는 그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김민규는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권순영처럼 감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아주 어릴 적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자라온 그가 터득해낸,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방법. 그는 늘상 버릇처럼 사람을 유심히 관찰했고, 또 그랬기에 그들의 감정을 쉽게 구분해낼 수 있었다.
민규의 기억 속 권순영은 항상 저를 싫어해왔다. 연습생때부터 아주 유구하게. 처음엔 꿈을 대하는 태도 탓이라고 생각했고, 그를 대하는 태도가 같아진 뒤에는 덩치가 큰 민규가 스스로도 주체하지 못 하는 힘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 역시 아니란 걸 깨달은 뒤엔, 내 춤선이 취향이 아닌가? 부터 아니면 노래 실력이 별로인가? 설마 마땅한 취미가 없는 게 문제인가? -하며 어떤 것이든 저를 향한 평가에 해당할 것 같은 요소들은 일단 전부 가져다 넣었다. 형이 저를 싫어하는 것에 ‘이유’를 만들어 준비해뒀다는 거다. 바로 얼마전까지도.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순영이 저를 싫어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것 하나만큼은 변하지 않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순영이 언제부터 저를 싫어하지 않았던 건지. 언제부터 저를 좋아했는지. 나를 싫어하는 줄로만 알았던 권순영이,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길래 나를 좋아하게 된 건지. 이 형이 언제부터 나를 싫어하지 않기 시작했던 것인지도. 눈을 감은 채로 생각을 가다듬다가 눈을 뜨니 또 다른 날이 되어있었고, 잠시 졸다가 눈을 뜨니 또 다른 순간으로 넘어가있었다.
며칠을 지나는 동안 그 5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하며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무슨 일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 차라리 그 5년 사이를 들여보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제가 눈을 뜨는 것은 전혀 다른 순간들이었다.
알 수 없는 매일을 다시금 겪으며, 그가 보고 느낀 것이 있다면,
2014년의 순영은 자신을 싫어했고,
2019년의 순영은 자신을 싫어하지 않았다.
2021년의 순영은 자신을 귀여워했고,
2020년의 순영은 자신을 부러워했다.
또 2014년의 순영은 민규를 싫어했고,
2022년의 순영은 왜인지 자신을 피했으며,
처음으로 돌아가서, 2024년의 순영은 저를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전지전능하지 않으니 모두의 속마음을 읽을 수도, 알 수도 없다.
민규는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형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해석하려 들었던 자신이 마음에 걸렸다. 그게 형이 저를 싫어한다고 생각한 것의 시발점이었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고 변하기 마련이고, 언제고 다른 행동을 하기 마련인데. 그 행동을 하나하나 뜯어보려 하고 있었다. 이건 나를 싫어해서 이런 거고, 저것도 나를 싫어해서 그런 거라고 정의내리기 바빴다.
의미없는 실소가 입밖으로 터져나온다. 이 중요한 걸 이제야 깨달은 거야? 와, 진짜… 십 년이 넘는 시간동안 뭘 한거야, 김민규. 그는 이제 이 다음이 어떤 순간이든 상관이 없어졌다. 중요한 건 지금의 마음이 아닌가? 손을 들어 마른세수를 한다. 눈을 감은 채로 눈가를 지긋이 눌렀다가, 이내 손을 뗀다.
그리고 눈을 떴다.
누군가가 제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얽는다. 민규는 고개를 내려 제 손을 바라보다가, 또 고개를 들어 제 눈앞의 순영을 바라봤다. 마주친 두 눈이 자그마하게 휘어진다.
그래서, 내가 무슨 대답을 하려는 거냐면…
“나도 너를 좋아해, 민규야.”
민규는 얼른 그 손을 감싸 쥐었다. 제가 보고온 시간의 형이 어떤 생각을 했든, 과거의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대했든, 신경쓸 필요가 없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형이 나를 좋아하고, 이젠 나도 그걸 알고 있다는 사실. 그거 하나 뿐이다.
처음 형에게 대답을 듣고는 그 말의 뜻을 잘못 이해한 줄 알았다. 그러다 이 상황이 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은,
“나도 알아!”
감싼 손을 힘주어 쥔 채로, 민규는 고백한 뒤 처음으로 밝게 웃었다.
그 형의 감정을 처음으로 이해한 순간이었다.